블로그 이미지
등명스님

비영리단체, 청년, 명상, 변화, 사회적 이윤 창출

Rss feed Tistory
언론보도 2013. 2. 11. 20:21

[중앙SUNDAY]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계기로 대중화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계기로 대중화

명상의 역사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 중앙선데이 제309호 | 20130208 입력  



명상 대중화의 기점은 1893년 미국 시카고 만국박람회 기념으로 열린 세계종교회의다. 힌두교 대표로 참석한 파라마한사 요가난다, 일본 선불교 대표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가 이 회의를 계기로 미국에 진출한다. 스즈키는 에리히 프롬 등과 같은 철학자들과 교류를 넓혔고 요가난다는 미국 전역으로 명상 강의를 다녔다. 본격 붐은 1960년대 반전운동과 뉴에이지 운동이 힘을 얻으면서다. 비틀스가 인도로 명상 여행을 떠나는 등 명상은 시대의 핫 트렌드로 떠올랐다. 


 여기에 과학이 힘을 보탰다. 명상이 스트레스 대처법으로 주목받으면서 신경과학계와 의학계의 관련 연구가 이어졌다. 67년 하버드대 의대 허버트 벤슨 교수는 초월명상 수행자 36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명상에 몰입하면 산소 소비가 17%, 심박수는 분당 3차례 줄고, 수면 뇌파인 세타파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명상은 심신을 이완시킨다는 점을 찾아낸 것이다. 위스콘신대의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도 티베트 승려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명상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뇌의 좌측 전전두 피질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90년대부터는 불교의 통찰명상(위파사나)이 ‘마음챙김 명상’이란 이름으로 심리 치료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매사추세츠주립대 존 카밧진 교수는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BSR)’ 기법을 만들었다. MBSR은 전 세계 700곳이 넘는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질병치료에 활용된다. 한국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받기도 한 카밧진 교수는 명상이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2005년 미 학술지 ‘뉴로사이언스’에 따르면 하버드대 의대 심리학자 사라 라자는 명상의 노화지연 효과도 밝혀냈다. 노화가 진행되면 뇌의 피질이 얇아져 인지 능력이 퇴화되는데, 명상 수련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도 2005년 미국신경과학협회 연례 학회에서 비과학자로는 처음으로 기조 연설을 하며 명상 연구를 도왔다. 한국명상치유학회장인 김완석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도 ‘이완반응’에 관한 논문이 한 해 1200건 이상씩 쏟아진다”고 전했다. 


명상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의 최초 명상 기록은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인도의 인더스 문명 모헨조다로(현 파키스탄 국경지대) 하라파 유적지에서 나왔다. 명상의 역사가 적어도 5000년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본격 기록은 BC 5~6세기 브라만교(힌두교의 원류) 경전인 우파니샤드에 등장한다.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참 나(眞我)’인 ‘아트만’을 찾아야 하는데 그 방법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이라고 가르친다. 명상 전문가인 박 석 상명대 교수는 “우파니샤드가 나오면서 외부의 신에게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명상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불교가 창시되면서 명상의 체계가 잡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도에서 발달한 명상법은 크게 집중명상법 통찰명상법 두 가지로 정리된다. 집중명상법(사마타)은 불교 이전부터 성행했다. 마음을 구체적 대상이나 호흡에 집중시켜 평안함을 얻는 명상법이다. 통찰명상법은 불교에서 시작됐다. 집중명상법과 달리 몸과 마음속에 나타나는 생각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통찰하는 명상법이다. 불교·힌두교 외의 다른 종교도 명상 수련법을 활용한다. 유대교의 ‘카발라’, 이슬람교 수피즘의 ‘지크르’ 등이다. 아주대 김 교수는 “모든 종교에 명상의 전통이 있지만 인도의 명상 전통이 가장 길고 풍부하다”고 말했다.



국민 10%가 경험 … 2~3년 전부터 인기 트렌드

대중에게 다가가는 명상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 중앙선데이 제309호 | 20130208 입력 


 


충남 공주 마곡사 템플 스테이에 참가한 취업준비생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회사원 A씨(25·여)는 지난달 휴가를 내 경상북도에 있는 한 불교시설의 4박5일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일과를 묵언수행과 가부좌 명상으로 보냈다. 휴대전화도 끊었다. 첫날엔 앉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자니 견디기 힘들었지만, 프로그램을 마칠 때쯤엔 달라졌다. 그는 “스트레스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갔다. 명상 초반 온갖 잡념이 떠오르고 두통도 심했다. 그런데 끙끙 앓으며 마음을 비우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온 후 아침마다 명상을 한다. 


『제리』 『정크』를 쓴 소설가 김혜나(31)씨는 매일 오전 6시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저녁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다. 많을 때는 하루 3시간 정도 명상에 잠긴다. 벌써 3년째다. 9년 전 시작해 지금은 강사로 활동할 만큼 수준급이 된 요가를 익히던 중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등단한 후 가벼운 우울증세가 오는 걸 느끼고 ‘몸뿐 아니라 마음을 다지고 유연하게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싶어 시작했다. 김씨는 “명상은 상상, 즉 자꾸 떠오르는 관념을 없애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흘러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에 집착하는 대신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과거 명상은 종교인이나 요가 수련자 등이 하는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엔 명상센터나 요가원 등에서 명상수련에 몰두하는 일반인들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힐링(치유)’을 내세우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나 템플스테이 등에서도 명상은 빠지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학과 개설도 잇따르고 있다. 동국대 명상심리상담학과, 동방대학원대 명상심리학과, 원광디지털대 요가명상학과 등이다. 지금까지 700명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한 원광디지털대 요가명상학과 이경선 교수는 “명상 인구가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지만, 대략 국민의 10%가량이 정기적·비정기적으로 명상 수련 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엔 요가와 명상을 묶은 강좌들이 개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에콜스 요가명상’을 가르치는 원정혜 박사는 “2∼3년 전부터 명상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주부·대학생·회사원·취업준비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직업군·연령층의 회원들이 명상수업을 들으러 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가볍고 밝은 삶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요가지도자들로부터 명상 강의를 해달라는 의뢰도 최근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명상 수요가 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더 있다. 세계적인 명상 지도자들의 한국 방문이 부쩍 잦다. 지난달 초 동국대 국제선센터가 연 ‘세계명상힐링캠프’엔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 출신 아잔 브람 스님이 참석했다. 지난해 말엔 ‘마음챙김(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명상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명예교수가 내한 강연회를 열었다. 오는 5월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있는 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 설립자이자 베스트셀러 『화』로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스님들의 소위 ‘힐링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도 명상 대중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스님들의 책은 대개 ‘마음 다스리기’를 강조하는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명상을 권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 ‘원조’ 격으로 꼽히는 게 최근까지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무는 일본 스님 고이케 류노스케의 『생각버리기 연습』(2010)이다. 지금까지 55만 부가 팔렸다. 200만 부 돌파를 앞두고 있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은 강연 때마다 청중에게 ‘마음치유 명상’을 시킨다. 


명상의 치유 기능 덕에 명상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말에 서구는 이미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달에 지친 사람들이 명상과 참선 등에 빠졌다. 이경선 교수는 “물 흐르는 소리, 매미 우는 소리, 파도 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거나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신경이 이완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초·중·고에서도 명상을 하게 하는 데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데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좋은 명상법이 좀 더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TOTAL TODAY